소개
대한민국 여권은 유능하다.
우리 여권만 있으면 무비자로 갈 수 있는
나라가 무려 187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어디나 통하는 이 여권으로도
절대 갈 수 없는 나라가 가장 가까이에 있다.
언어와 외모도 같고 뿌리도 같지만
만날 수 없고 만나선 안되는 사람들이 사는,
이상하고 무섭고 궁금하고 신기한 나라.
때문에 우리는 더욱 궁금하다.
각종 식자재와 짝퉁 명품 가방, 한국 드라마와
온갖 의약품, 달러 등이 오간다는 북한 장마당
평양의 청담동이라는 려명 거리의 백화점 풍경
남한의 70년대 영화와 매우 흡사하다는
북한 TV 드라마 속 미남 미녀 배우들
그 유명한 평양냉면 뿐 아니라
개성김치보쌈, 명태식해와 가지 순대, 어복쟁반,
가릿국밥, 인조고기와 조개 불고기 등
이름도 생소한 북한의 먹거리들...
우리와 같으면서 다른 그곳의
소소한 일상과 무엇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
토네이도 타고 다른 세상으로
날아갔던 동화 속 도로시처럼..
한 여자가 돌풍을 타고
한 남자의 세상에 뛰어든다.
‘잘못 탄 기차가 때로는
목적지에 데려다 준다’고 했던가?
가끔은 삶이 거대한 바람에 휩쓸려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것 같겠지만...
나만 운 나쁜 사고를 당해
낯설고 무서운 곳에 홀로 서 있는 것 같겠지만...
우리는 결국 깨닫게 될 것이다.
바람 타고 간 도로시가
오즈의 마법사를 만났듯..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가
어린왕자를 만났듯..
수많은 인연과 행운과
아름다운 이야기는
뜻하지 않은 불운과 불행과
불시착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감상평
대한민국에 3대 빈이 있다.
원빈, 김우빈, 그리고 현빈
자그마치 그 현빈이 출현하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다.
그리고 영화 <공조> 때도 느끼는 거지만
북한 말을 쓰는 저음의 현빈은 옳다.
북한 말은 촌스럽지만, 현빈이 사용하니
억양 때문인지 묘하게 음이 깔리면서 아주 매력적인 음색이 나온다.
<사랑의 불시착>은 재벌 2세이자 사업가이면서 예쁘기까지 한 윤세리(손예진)가
새로 나오는 회사 제품 실험 차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으로 북한으로 날아가 우연히 만난
북한 남자 리정혁(현빈)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는 남녀북남이다.
가깝지만 먼 나라, 형제의 나라이면서
갈 수 없는 나라, 그리고 알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기에
궁금증은 항상 있는 미지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 미지의 곳에서 만나서 하게 되는 운명 같은 사랑이라니
드라마 소재로 너무 찰떡이다.
그래도 내 생각에 북한은 잘못 들어갔다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너무 무섭지 않은가 싶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은 없겠지만,
감정이입을 여주인공에게 해서 보다 보니
내가 그런 상황에 닥쳤다면 너무 쫄릴 것 같은 느낌이다.
<사랑의 불시착>은 보는 내내
세리의 정체가 들킬까 봐 아슬아슬한 상황들을 모면하는 장면들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드라마를 보는 동안 세리가 북한 동네 아줌마들이랑 어울릴 때마다,
리정혁이 집을 비울 때마다,
혹은 탈출하려고 하다가 번번이 실패할 때마다
저러다가 들키면 어쩌나 싶어서 마음을 졸이게 되었다.
그때마다 리정혁이 도와주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한 명이 사고 치면 한 명이 뒷수습하고 이런 게 천생연분인가 싶다.
그런데 탈출 전에 세리가 리정혁 집에서 엉뚱하게 행동하면서
마음대로 양식을 퍼주고, 마음대로 행동할 때마다
북한은 양식이 귀할 텐데 왜 제멋대로 구는 거지,
또 들키면 어쩌려고 동네 사람들이랑 말을 섞는 거지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상하게 세리는 얄밉지 않고 응원해 주고 싶고,
이 드라마에 푹 빠져서 내가 세리가 된 거 마냥 감정 이입해서 보고 있는 날 발견했다.
이것이 아마 손예진 배우의 힘인 것 같다.
다 함께 남한에 있을 때는 다 같이 이렇게 살면 좋겠다 생각이 들다가도
그래도 저들도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이 있어서 안되겠구나,
특히 귀때기는 아내와 아들 모두 북한에 있어서
그런 부분이 너무 안타까웠다.
다 같이 행복해지면 좋을 텐데,
남과 북은 정말 가깝고도 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반 배경이 북한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볼 수 없는 또 다른 부분이 아름다운 영상으로 나와서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중간중간 나오는 북한 마을 사람들은 구수하면서도 정이 있는 모습
그리고 아줌마들의 피 터지는 서열 싸움이 재미있었고,
우리네 예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사실 세리가 탈출하거나 할 때는 긴장감이 들었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풀어지면서 코믹한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5중대 대원들 하나같이 캐릭터가 개성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북한이 맞나 싶게 뭔가 다들 생각 보다 먹는 게 부유한 느낌이어서
내가 아는 북한의 모습이 맞나 싶었는데
중간에 엄마 없는 아이들이 나와서 음식을 훔칠 때는 너무 슬펐다.
그리고, 세리네 가족의 어이없는 오빠들과 새언니들은 욕하는 재미가 있었다.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어쩜 그럴 수 있지,
그러다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다.
또 북한 여자 서단(서지혜)과 구승준(김정현)의 엇갈린 로맨스도 아주 흥미롭다.
첫눈에 반했는데 목숨까지 걸 수 있는 사랑이라니,
사기꾼이 이렇게까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순애보여서 안타깝기까지 했다.
그래도 슬픈 끝맺음은 싫다. 나는 해피엔딩이 좋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실제로 해피엔딩이다.
여기서 만나서 현빈과 손예진이 결혼했으니,
이렇게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진짜로 결혼을 하다니 드라마를 본 사람으로서
드라마의 연장으로 진정한 해피엔딩인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