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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이 지독한 사랑 제발 멈춰줘

by 꿀영구 2025. 2. 27.

출처:KBS2

소개

조선 후기 인조 시대,
화폐가치로 계산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었던 이들은
유사시엔 사고 파는 것은 물론, 선물로 주기도 했고, 버릴 수도 있었다.
물건과 딱히 다르지 않은 대우를 받던 그들의 수는
조선 초기를 지나 폭발하더니
급기야 임진왜란 직후인 1609년.
한반도 전체 인구의 47%, 한양 전체 인구 53%까지 육박하게 된다.
당시 양반들과 평민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이니,
저잣거리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이들의 다수인 셈이다.

이런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거리에 나가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절반 이상이 되는 세상을?
절반 이상의 사람들의 삶에서
희망이나 꿈, 전망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보편적인 그런 세상을?
절반 이상이나 되는 인생의 값어치가 단지 얼마짜리 돈으로 결정된 그런 세상을?
절반 이상되는 이들의 사람답게 살고픈 바람이 오직 ‘도망’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세상을?


이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절반 이상의 사람들’에게
집권하고 있는 세력이 어디인지
왕이 어떤 후궁의 아이를 선택해 후계자를 삼으려 하는지
경쟁하는 또다른 아이와 집안이 어디이며
어떤 암투가 벌어지는지가 과연 자신들의 삶의 지침을 돌려놓을 만큼 중요한 일이었을까?
혹은, 양반들이라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뛰어난 영웅이 나타났다한들
그저 막연히 자신들의 신산스러운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일 뿐
그렇게 대수로운 일이었을까?

이런 세상의 모순이 극에 달했던 때가
드라마 <추노>(推奴)가 그리려는 시대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던 ‘절반 이상’의 사람들 중에는
한 때 노비였지만 도망쳐 인간답게 살려는 이가 있고
지옥같은 저잣거리에서 스스로의 인간됨을 지키기 위해
노비들을 잡아들이며 맨몸으로 분투하는 이가 있고
노비로 전락해서도 세상을 향한 인간으로서의 소명을 버리지 않으려는 이가 있었다
그리고 나름의 절박한 입장이 서로의 목을 겨누는 날카로운 칼날이 되곤 했었을 터이다.
그 사연 위에 드라마 <추노>의 이야기는 쓰여진다.

만약 현재 지금 우리가 각자의 얼굴을 저 안에서 찾을 수 있다면
우리가 저잣거리를 살아가는 그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화폐가치가 인생의 값어치로 손쉽게 매겨지고
’88만원 세대’라던가, ‘비정규직 확대’와 같은 문구들로부터 눈길을 떼지 못하는 현재의 모순을
그 시대와 등가로 놓을 순 없다하더라도
맨몸으로 부딪혀 싸우지 않고서는
무엇인가의 노예가 되지 않고 사랍답게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만큼은 여전하기 때문인지도.

지금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픽션이
지금 이 시대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면
다른 시대를 다룬 픽션은 필연적으로,
지금 이 시대 그 자체를 바라보게 만든다고 한다.
하여 드라마 <추노>는
왕가와 중신들이라는 날줄과 씨줄이 어지럽게 얽힌 ‘궁중사극’도,
어느 시대에 갖다 놓아도 특출날 수 밖에 없는 
비범한 재주와 포부를 가진 개인들의 ‘영웅사극’도,
모두 에둘러
시대의 모순을 맨몸으로 부딪혀나갔던 조선 상놈들 이야기
‘길바닥 사극’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 안에서, 도달할 수 없는 각자의 절박한 바람들이 어떻게 좌절해 가는지

그리고 그렇게 좌절해가면서도 어떻게 모여 역사가 되어 가는지를 보고자 한다.

 

 

감상평

 


”가슴을 데인 것처럼 눈물에 베인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이 괴롭다“

원작 보다 OST가 더 많이 불리워 진것 같지만 
그만큼 인기 있었고, 그만큼 패러디도 많았던 드라마 <추노>다.
<추노>는 말 그대로 노비를 쫓는다는 뜻인데,
아주아주 옛날 조선 시대 때 도망간 노비를 잡으러 다니는 전문적인 직업이 있었다. 
바로 ‘추노꾼‘. 
도망 다니는 노비를 잡으러 다녀야 하니 뭐 당연히 인정도 없고, 싸움도 잘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추노꾼은 사랑하는 여자를 잡으러 다닌다. 
그런데 그 여자가 노비였다. 
도망가 버린 사랑하는 여인을 잡으러 다니는 추노꾼이라니 
이 정도면 추노꾼이 아니고 사랑꾼이다.

원래 양반이었던 이대길(장혁)이 집안 노비였던 언년이(이다해)와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양반이 노비랑 결혼하겠다는데 
어느 부모가 허락은 해주겠나, 당연히 허락 안 해줄 것이다. 
그래서 언년이는 매 맞고 광에 갇히고 언년이의 오라버니가 앙심을 품고 
대길이의 부모를 죽이고 집에 불을 싸지르고 도망간다.
이때는 대길이가 순한 양반 시절이어서 도망가는 언년이를 잡지 못하고 죽을뻔한 고비 넘기고  
언년이를 찾아다니며 악명 높은 추노꾼이 된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복수하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직 못 잊어서 찾아다니는 것이었다. 
결국 추노일을 하며 송태하(오지호) 잡으려다
언년이를 찾았는데 사랑의 힘(?)으로 지키기를 선택한다.
제목이 <추노>인 만큼  노비들의 이야기도 나오는데 
노비들이 양반을 죽이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고 만들었던 노비 당도 
알고 보니 양반의 손에서 놀아난 것이었고,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정치적인 면을 보이는 이야기도 전개된다.

그런데, 대길이(장혁)이 송태하(오지호) 잡으러 칼잡고 뛰어갈 때
연기는 참 잘하는데 묘하게 웃기다.
칼잡고 나올 때마다 대길이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면서 울 때마다
이게 나만 웃긴 건가 싶으면서 
아무리 퓨전 사극이라지만, 
조선시대 배경인데 대길이와 언년이 머리 때문에 볼 때마다 머리에 시선을 뺏기는 것 같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천지호(성동일)가 웃기는 캐릭터 같지만 죽은 동료들을 챙기고
정도 있고, 복수도 잘하는 제일 인간적인 캐릭터라 마음에 들었다. 
물론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빨에 치석이 가득하고 머리가 산발인 것이 보는 내내 더 와닿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언년이 노비 시절에 손이랑 얼굴이 너무 뽀얗고 깨끗해서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노비인데  너무 캐릭터랑 동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추노>를 다시 시청하면서 예전엔 몰랐는데
묘한 촌스러운 설정과 장면들이 꽤나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벌써 10년도 더 된 드라마이기 때문인데
아직까지 이렇게 회자되는 것을 보면 명작은 명작인가 보다.

 

 

성동